✠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25
5 유다 임금 헤로데 시대에 아비야 조에 속한 사제로서 즈카르야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아론의 자손으로서 이름은 엘리사벳이었다.
6 이 둘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7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다 나이가 많았다.
8 즈카르야가 자기 조 차례가 되어 하느님 앞에서 사제 직무를 수행할 때의 일이다.
9 사제직의 관례에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그가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기로 결정되었다.
10 그가 분향하는 동안에 밖에서는 온 백성의 무리가 기도하고 있었다.
11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분향 제단 오른쪽에 섰다.
12 즈카르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13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14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15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
16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다.
17 그는 또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
18 즈카르야가 천사에게,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하고 말하자,
19 천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20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21 한편 즈카르야를 기다리던 백성은 그가 성소 안에서 너무 지체하므로 이상하게 여겼다.
22 그런데 그가 밖으로 나와서 말도 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그가 성소 안에서 어떤 환시를 보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몸짓만 할 뿐 줄곧 벙어리로 지냈다.
23 그러다가 봉직 기간이 차자 집으로 돌아갔다.
24 그 뒤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였다.
엘리사벳은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25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
오늘의 묵상
오늘 독서는 ‘삼손’의 출생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없던 마노아와 그의 아내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여 아들 삼손을 얻습니다.
그러나 오늘 독서에는 하느님의 사람이 아내에게 전한 약속을 마노아가 어떻게 의심하다가 믿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생략되어 있습니다(판관 13,8-23 참조).
아내의 임신을 알게 된 마노아는 주님께 다시 기도드리며 하느님의 사람을 다시 보내 주시기를 청합니다.
다시 온 그분이 주님의 천사인지도 모른 채 마노아는 그분의 이름을 묻습니다.
그러나 천사는 이름 대신 “그것은 신비한 것”(13,18)이라는 답을 주었고,
그제야 마노아는 “‘신비한 일을 하시는 분’ 주님께”(13,19) 제사를 바칩니다.
제단의 불길이 하늘로 타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하느님을 믿게 된 마노아와 그의 아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오늘 복음 속 즈카르야의 의심과 연결됩니다.
의롭고 흠 없이 살아온 즈카르야와 그의 아내 엘리사벳은 마노아 부부처럼 아이를 가지지 못하였고 나이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즈카르야가 사제로서 성전에서 분향하려는 순간, 천사가 엘리사벳의 잉태 사실과 아이의 소명을 계시합니다.
그러나 즈카르야는 자신이 늙었고 아내 엘리사벳도 나이가 많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천사의 말을 의심합니다.
결국 그 의심의 대가로 즈카르야는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제사 때 하늘로 올라가던 불길을 보고 믿게 된 마노아와 달리,
즈카르야는 혀가 굳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신비한 일을 하시는 주님’께서 말씀하실 때 사람은 잠잠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님 탄생을 앞두고 배웁니다.
하느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마음에 새기며 조건 없이 따른다면 참된 행복이 주어집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분!”(루카 1,45)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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