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드키야의 운명(34,1-7)
*30-33장의 소망의 말들이 손쉬운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려는 듯이,
예루살렘이 직면하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피하면서,
34-39장은 예레미야가 연루된 일련의 사건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그 사건들 중에서 35-36장에 기록된 두 사건은 여호야김 재위 기간에 발생했고,
34장과 37-39장에 기록된 다른 사건들은 39장에 묘사된 예루살렘 멸망에서
그 절정에 이른 시드기야 재위의 마지막 2년 동안에 발생한 일이다.
34,1-7 :
이 예언의 시기는 7절로 미루어 볼 때 바빌론이 예루살렘을 공격하기 직전인 듯하다.
하느님은 유다왕 시드기야에게 “내가 이제 이 도성을 바빌론 임금의 손에 넘기면
그가 그곳을 불태우리라(34:2)”라고 말씀하셨고
또한 시드기야가 바빌론과 싸울지라도 결코 그를 이기지 못할 것임을 말씀하셨다.
오히려 그는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 갈 것을 말씀해 주셨다(34:3).
그리고 시드기야 개인에게 일어날 일도 말씀해 주셨다(34:4-5).
즉 시드기야는 칼에 죽지 아니할 것과 평화롭게 죽을 것을 말씀해 주셨다.
여기 “평화롭게 죽는다”는 것은 天壽를 누린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의 장례는 왕의 신분으로서 지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예언의 말씀은 그의 삶 가운데 일어난 실제적인 일과는거리가 멀다.
그는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서 바빌론의 손에 자식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직접 보이야 했고,
또한 그들에 의하여 자신의 두 눈도 뽑혔다.
그리고 일생을 바빌론의 감옥에서 보냈다(52:7-12).
그가 이렇게 된 것은 끝까지 예언자의 말을 듣지 않고바빌론과 싸웠기 때문이다.
히브리 종들에 대한 약속 위반(34,8-22)
34,8-16 :
시드기야 왕은 동족 중에 노비들에게 자유를 주기로 선포했다.
이것은 빚을 갚지 못하여 종으로 팔린 사람들을 칠년마다
해방해 주어야 한다는 율법에 따라 취한 일일 것이다.
시드기야가 이처럼 율법에 따라 노비들을 해방시키기로 백성들 앞에서 선언한 것은
그 동안 유다 가운데 이 법이 준수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어쩌면 시드기야가 이렇게 한 것은 국가적인 위기에서
율법을 준수함으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구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에 동의하고 노비를 풀어준 대신들과 백성들은 뜻이 변하여
자유롭게 해 준 자들을 다시 노비로 삼았다.
그들은 어째서 이처럼 뜻이 변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B.C, 588년 유다의 정세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빌론은 자신들의 후방을 위협하는 애굽 군대를 치기 위하여
예루살렘 포위를 잠시 동안 풀어 준 적이 있었다.
이때 유다는 애굽을 의지하였고 또한 애굽이 자신들을 바빌론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을
믿었기 때문에 국가적인 위기에서 하느님의 도움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마지못해 승인했던 일을 철회한 것이다.
즉 그들은 애굽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도우심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하느님은 그들의 행위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또 마음이 변하여 내 이름을 더럽혔으니, 너희가 남종과 여종들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풀어 주었다가 도로 데려와 다시 종으로 삼아 마구 부린 것이다.(34:16)”
유다의 행위는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었다(34:15).
즉 그들이 율법에 따라 노비를 자유롭게 하기로 한 것은
성전에서 하느님 앞에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일은 더 이상 자신들과 노비들 간의 문제가 아니고 하느님과의 문제였다.
그들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들의 서약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했다.
그러므로 그들이 하느님 앞에서 서약한 것을 무시했을 때
하느님은 그들에게 책임을 물으신 것이다.
34,17-22 :
17절은 유다가 하느님의 언약을 무시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유다에게 책임을 물으시는 말씀이다.
하느님은 유다에게 말씀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해야 할 자들을 노비로 삼았기 때문에
그들 자신이 노비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은 이처럼 언약을 무시한 유다에게 책임을 물으신 후 계속하여
하느님 앞에서 언약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 주셨다.
“나는 내 계약을 어긴 사람들을, 곧 내 앞에서 송아지를 두 토막으로 가르고
그 사이로 지나가면서 맺은 계약의 규정들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을
그 송아지처럼 만들어 버리겠다.
유다의 대신들과 예루살렘의 대신들, 내시들과 사제들을 비롯하여
갈라놓은 송아지 사이로 지나간 나라 백성을 모두 원수들 손에,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 손에 넘기겠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시체는 하늘의 새들과 땅의 짐승들의 먹이가 될 것이다.(34:18-20)”
이 말씀은 우리가 하느님과 언약을 세운다는 것은 송아지를 둘로 쪼개 놓고
그 사이로 지나간다는 의미임을 말해 주고 있다(창15:7-11).
즉 언약을 지키지 않을 때 송아지가 둘로 쪼개어 죽임을 당하는 것처럼
자신도 죽임을 당하겠다는 의미다.
이것은 하느님과 언약한 사람은 그 언약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21-22절에서 하느님은 다시 바빌론을 예루살렘성으로 오게 하여
그 성을 쳐서 불사르게 하실 것을 말씀하셨다.
이때 언약을 무시한 자들은 바빌론의 손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고
예루살렘은 황폐하여 주민이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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