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부활>
1985년 즈음, 대구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기억합니다.
당시 가톨릭 신문에 기사화되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천주교 가정에 외교인 며느리가 관면 혼배를 받고 시집을 왔습니다.
차츰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교리를 받고 영세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아이들을 낳고 살림살이를 하다 보니 시간에 쫓겨 몇 년에 지나도록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어 왔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며느리가 갑자가 몸져 누워버렸습니다.
아무런 거동도 할 수 없을 만큼 중한 병이었습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시중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시어머니가 며느리 뒷수발을 보아야 할 형편이 된 것입니다.
정말 형편이 너무나 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해가 지났습니다.
집안에서는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저절로 새어 나왔습니다.
제일 미안해하는 것은 당연히 그 집의 며느리였습니다.
몇 군데 병원에 가서 입원하여 검사를 받아 보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었습니다.
그렇게 우울한 나날을 보내면서 부활절 전 성 토요일이 되어
시어머니는 전날부터 특별히 이제까지 잘 못한 점들을 반성하며
며늘아기에게 정성을 다하여 목욕을 시키고
속옷부터 다 새로이 갈아 입혀 주었습니다.
이불도 새로이 단장해 주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도 깨끗이 하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시어머니는 부활 대축일을 맞아 성당에 가면서
며늘아기의 방을 열면서 오래간만에 미소를 지으며
부탁의 말을 하였습니다. ‘오늘이 예수님 부활절이니
내가 성당에 갔다 올 때까지 실례하지 말고 잘 있으라. 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성당을 향하였습니다.
부활 장엄 대미사는 보통 때보다 2배나 길었습니다.
그리고 부활 후 본당에서 점심도 얻어먹었습니다.
그렇지만 늘 며늘아기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시나 그 동안 참지 못하고 실례를 했을까봐 입니다.
종종걸음으로 집까지 와서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며늘아기의 방문을 열면서 부활 축하 인사를 하는데
이게 아뿔싸! 웬 일입니까?
오늘 따라 악취가 코를 치고 들어 왔습니다. 또 실례를 한 것입니다.
갑자기 시어머니의 그 인내 가득했던 부드러움이
불같은 성미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며느리를 향하여 소리를 쳤습니다.
며느리는 너무 미안해서 울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악취는 없어지고
장미꽃 향기 냄새가 집안에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며느리는 없고 예수님이 그 자리에 앉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시어미는 그 앞에 엎드려 통회자복하며 대성통곡을 하였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쳤습니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나서 보니 다시 며늘아기의 모습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시어머니는 즉시 며느리에게 사과하고
정성을 다하여 며느리의 뒷정리를 하였습니다.
그날부터 며느리는 조금씩 차도가 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일어나 교리 반에 등록을 하고 영세까지 받았습니다.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시부모님, 특히 시어머니에게
오랜 기간 고통 중에 찾아 왔던 정말 아름다운 부활이었습니다.
부활은 고통과 죽음을 거쳐서 온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현재의 나의 처지를 잘 인내하며 봉헌함으로써
부활은 우리에게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앞앞이 닥친 십자가를 기꺼이 잘 지고 갈 때
우리는 이미 부활을 앞당겨 살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고난 가운데 부활은
이미 싱싱한 생명으로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을 통하여 이러한 슬픔과 고통,
죽음 등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 빨리 알아듣고
영신적인 이해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예수님과 성모님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있기에
그러한 것을 뛰어 넘고 있습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부터 각자의 처지에서 잘 인내하고 순명하며 사랑함으로써
예수 부활의 모범을 보입시다.
<김규택 예로니모신부 / 레지오 단원들의 쉼터 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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