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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千字文엔 봄 춘(春) 자가 없다

윤 베드로 2015. 3. 16. 10:54

 

 

 

    千字文엔 봄 춘(春) 자가 없다

 

천둥벌거숭이일 때는 몰랐다.

‘천자문(千字文)’을 무턱대고 외울 뿐이었다.

어른들이 입춘첩(立春帖) 쓰는 걸 보면서

얼핏 생각하기는 했다.

 

 왜?

 

 봄으로 들어서는 시기라면서

입춘(立春)에 들 입(入)자가 아닌

설 립(立)자를 쓰는 걸까.

(금년 立春은 2월4일이였다)

더 궁금한 것도 있었다.

온갖 어려운 한자까지 들어 있는

‘천자문’에 정작 봄 춘(春)자는 왜 없을까.

 

한참 나중에야 알았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이 날 기복적인 문구를 담은 입춘첩을 써 붙이는데

 

가장 흔한 게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다.

 

 

 

‘立春’이란 말은

중국 황제가 동쪽으로 나가 봄을 맞이하고

봄기운을 일으켜

제사를 지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立’에 ‘곧’ ‘즉시’라는 뜻이 있어

이제 곧 봄이라는 걸 의미한다고도 한다.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봄 기운이 막 일어선다’는 게 이해가 간다.

그렇다 해도

봄 춘자가 천자문에 없는 것은 의아했다.

천자문은 한문 초보자의 필수교재 아닌가.

 

 1500여년 전 중국 남조

양(梁)의 주흥사(周興嗣·470?~521)가 짓고

왕희지 필체를 모아 만들었다고 한다.

 

 하룻밤 사이에 완성하고

머리가 허옇게 세었다 해서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부른다.

 

 그 속에는 자빠질 패(沛), 멀 막(邈) 같이

평생 한 번도 안 쓸 글자까지 있는데

정작 봄 춘자는 없다.

 

 ‘천자문 다 떼고

입춘대길(立春大吉)도 못 쓴다’는

우스개가 그래서 나왔다.

이와 관련해서 이어령 교수는

주흥사가 남쪽나라 사람이었기에

늘 따뜻한 곳에서는 봄을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봄 춘(春)은

본래 초목(艸)이 햇볕(日)을 받아

싹을 틔우려 애쓰는(屯) 모습이니

늘 그런 남국에서야

봄이 따로 없는 셈이긴 하다.

 

첫구절

‘천지현황(天地玄黃)’에서

하늘을 검다고

말한 이유도 어릴 때는 잘 몰랐다.

이는 심오하면서도 난해한

‘주역’에서 따온 것이다.

 

천자문은 주역뿐만 아니라 서경,

시경,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예기, 사기, 효경,

춘추 등의 유학 경전을 총동원한 대서사시여서

그 내용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하늘이 곧 우주이니

푸른 게 아니라 검은 게 맞다.

 

 어쨌거나 천자문에는 없는 봄이 왔다.

봄볕 아래 풀꽃들이 곧 솟아날 것이다.

얼어붙은 강바닥으로는

봄물도 새로 흐르리라.

 

 그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경제도 정치도

부드럽게 좀 풀렸으면 좋겠다.

 

진짜

봄은 얼음 속에서 시작된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이 되니 길하고, 따스한 기운 도니 경사가 많다)’고

많이들 쓰지만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하거라’,

 

‘우순풍조 시화세풍(雨順風調 時和歲豊.)

비가 순조롭고 바람 고르니 시절 화평하고 풍년이 든다’

이라 쓰기도 한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또 어떤가.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부모님 오래 살고 자손은 번영하네’도 좋다.

 

옮겨온 글


윤 치호 - 봄의 기다림

 

 

 

출처 : 演好마을
글쓴이 : 설봉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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