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무대가 된 숲과 초원에는 많은 야생동물이 등장한다.
사슴과 토끼 같은 온순한 동물, 사자와 늑대 등 위험한 동물들이
성서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하와를 유혹했던 뱀이 아닐까.
그런데 고대인들에게 뱀은 영물이었고 죽지 않는 영생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이집트 파라오의 왕관에도 뱀이 머리를 치켜든 상징을 새겨넣었다.
뱀의 모양은 그림, 조각, 부적이나 호신부로 사용되기도 했다.
고대인들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뱀은 시체를 남기지 않고
겨울에 동면하고 봄에 허물을 벗고 거듭나는,
죽지 않는 동물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뱀은 풍요와 다산, 불멸의 영원성을 의미했다.
성서에는 자주 뱀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창세기에서 뱀은 하와를 죄에 빠뜨리는 유혹자로 등장한다(창세 3, 1-24).
“하느님이 정말로 동산 안에 있는 모든 나무 열매를 먹지 말라고 했니?”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묘한 질문이다.
“아니, 우리는 무얼 먹고 살라고?” 하는 생각을 유도해 낸다.
대화를 주도하던 뱀은 결정타를 날린다.
“너희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죽지 않고 눈이 밝아진다. 하느님처럼 된다.”
온갖 달콤한 말로 온통 여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뱀은 사라졌다.
이제 선택의 카드는 여자에게 넘어갔다. 여자는 이미 눈이 어두워졌다.
결국 여자는 먹음직한 열매를 따먹게 된다.
선악과와 뱀에 관한 이야기에서 뱀은 지상의 모든 동물 중 가장 간사하고
교활한 놈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모세 이야기에서 구리 뱀은 구원의 상징으로 쓰인다(민수 21, 4-9) .
이스라엘 사람들은 호르산을 떠나 홍해바다 쪽으로 가면서
야훼와 모세에게 경솔하게 불평을 했다.
“우리들을 이렇게 사막에서 굶겨 죽이려고 이집트 밖으로 내몰았습니까?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쟎아. 차라리 옛날이 낫지. 이게 뭐야?”
그러자 야훼 하느님은 불뱀을 보내어 불평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뱀에 물려 죽었다.
그러자 백성은 모세에게 찾아와 용서를 빌며 야훼께 기도해 주기를 청했다.
그러자 모세는 하느님께서 일러 주신대로 구리뱀을 만들어
그 뱀을 바라보는 자들은 소생할 수 있게 했다.
신약에 오면 예수님은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양순해라!”고 가르치신다(마태 10, 16).
예수님은 뱀을 지혜의 상징으로 소개하고 있다.
성서에서는 뱀이 교활한 존재인 동시에 신중과 지혜의 상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뱀은 성서에서 이중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성서에 나오는 뱀에 관한 상대적인 평가는 바로 우리에게
이런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자세히 살펴보면 세상에 어떤 것도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다 상대적이고 변한다. 오늘 나쁜것이 내일은 좋을 수도 있다.
허영엽/성서의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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