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남동쪽에 있었던 도시로,
현재는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 80km 지점에 해당한다.
탐욕과 죄악의 도시
기원전 2000년대 초기부터 1000년대 초기까지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수도였고,
기원전 7세기와 6세기에는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수도였다.
바빌로니아는 활발한 정복 활동으로 마침내 전 메소포타미아를 지배하는 대국이 됐다.
이후 함무라비 대왕 등 위대한 왕들이 등장하면서 바빌론은
거의 역사상 최초로 ‘세계의 수도’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바빌로니아가 망한 뒤 아시리아 등 강대국의 패권이 이어진 뒤에도
바빌론은 여전히 주요 대도시로서 건재했으며
아시리아가 망한 후 칼데아인들에 의해 신바빌로니아가 세워져
바빌론은 다시금 세계의 수도로 재등장한다.
성경에서 바빌론은 탐욕과 죄악으로 가득 찬 악의 도시와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비참하고 치욕스러운 바빌론 유배 때문이라 추정한다.
유다인들은 자신들을 침략한 바빌로니아를 극렬하게 증오했다.
유다인들에게 바빌론은 억압, 독재, 우상숭배와 같은 뜻으로 사용됐다.
솔로몬이 건축한 예루살렘 성전은 기원전 587년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에 의해 철저히 파괴됐다(2열왕 25,1-21).
몇 년 뒤 그는 성전을 완전히 파괴하고 성 안의 보물을 모두 약탈해 가져갔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임금 치드키야의 자녀들을 살해하고,
그를 바빌론으로 압송했다(2열왕 25,7).
예루살렘을 함락한 뒤 바빌론 임금의 친위대장 느부자르아단은 성전과
솔로몬 궁, 예루살렘의 모든 집을 불태우고 성벽을 허물었다.
아울러 성전의 금과 은, 청동으로 만든 성물을 약탈하고
스라야 수석 사제를 비롯한 성전 사제들과 대신들을
바빌론으로 압송해 하맛 땅 리블라에서 처형했다(2열왕 25,8-25).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기원전 538년 바빌론을 멸망시킨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칙령으로 해방돼 유배 생활 50년 만인 이듬해부터
본국으로 귀환했다(에즈 1─2장).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이들은 옛 자리에 제단을 쌓고
하느님께 제사를 드렸고 성전 재건에 힘썼다.
그러나 이 재건 공사는 사마리아 귀족들의 방해로 16년간 중단해야 했다(에즈 4,1-24).
그래도 희망을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의 계약에 충실하지 않아서
나라가 멸망하는 비운을 맞았다(2역대 36,17-21).
그러나 바빌론 유배 생활을 통하여 이스라엘은 새롭게 정화됐다.
또 이사야, 예레미아, 에제키엘 등 대예언자들이 역사에 등장하여
예루살렘의 부흥과 메시아 출현 등 희망을 예언했다(예레 5,18).
신약의 경우, 일부 초기 그리스도교 작가들은 로마라는 명칭 대신
‘바빌론’이라는 말을 일종의 암호처럼 사용했다.
신약의 요한 묵시록도 신도들을 박해하는 사악하고 억압적인 권력을
가리키는 의미로 바빌론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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