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오늘복음 묵상

10/19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윤 베드로 2020. 10. 19. 07:51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3-21
그때에 13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14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15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오늘의 묵상

어느 선배 신부님이 성지 순례를 간다고 하니 교우 분들이 쌈짓돈을 챙겨 주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그분들께 드릴 선물을 사려고 성지 주변의 성물 가게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영어를 통 몰라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하였는데,

          주인이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자기 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하여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아들의 친절한 도움으로 성물들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선배 신부님은 ‘돈이 언어구나! 돈만 있으면 외국어를 몰라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사실 돈이 있으면 참 편하고 당당해지는 세상입니다.

배짱이 두둑하려면 우선 지갑이 두둑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 말씀처럼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돈이 아니라 하느님이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린이 미사 때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이들은 마음, 세월, 예수님, 우정, 부모님, 사랑, 하늘 나라, 믿음 등 의외로 많은 것들을 대답하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현실에 부대끼며 살다 보면 우리는 이러한 가치들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제가 지도하는 제주교구 신학생들은 해마다 설이 되면 교구의 모든 신부님을 찾아가 세배하고,

       이때 받은 세뱃돈을 모아 일 년 살림을 마련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적어도 십 분의 일 이상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고 있습니다.

탐욕에서 자유로워지고, 돈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과, 나눔의 가치를 깨우치기 위해서입니다.

어리석은 부자가 되지 않는 법을 이렇게 신학생 때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