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교본 해설/레지오 훈화자료

산 돈, 죽은 돈, 미친 돈

윤 베드로 2015. 6. 17. 14:10

「산 돈, 죽은 돈, 미친 돈」

 

*직장에서 정년 퇴직한 후 아파트 경비로 일하는 A씨의 표정은 늘 맑다.

아파트 화단의 나무를 손질하고 낙엽을 치우는 그의 모습에서 행복이 읽혀진다.

아파트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다정하게 건네는 인사에서 언뜻언뜻

         시골 할아버지의 따뜻함을 느낀다.

그는 말한다. "아직도 일자리가 있고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그러면서 내손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이 늘 나를 행복하게 한다"

 

*오래 전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이제는 집안에서 소일하는 B씨의 얼굴은 늘 어둡다.

아침을 먹고 나면 할 일이 없어 등산이나 수영을 하지만

         그의 모습에서 운동하는 사람의 건강함이 읽혀지지 않는다.

물론 돈은 많다. 아버지가 남겨준 그 많은 재산은 오늘까지 그를 살게 한

      원동력이었고 앞으로 살아갈 비축식량이다.

하지만 처음 당당하던 그는 자신감이 많이 사라졌다.

통장에 있는 돈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보면 조금씩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C씨는 늘 초조하다.

주식에 투자한 돈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다.

이따끔 재미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번번히 실패다.

급속하게 줄어드는 통장의 무게를 보며

이러다가 곧 깡통을 차는 것은 아닌가 걱정한다.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무슨 뾰족한 수도 없다.

이제 어디 나 같은 사람을 받아줄 데도 없을테고.

 

얼마 전 금융권에 근무하는 친구 2명과 술을 마시면서

       나는 이런 돈에도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A씨처럼 얼마 안 되는 돈이라도 매달 꾸준히 벌면 그것은 '산 돈'이다.

              마치 흐르는 물과 같이 맑고 싱싱하다.

B씨처럼 비축해 놓고 조금씩 빼 쓰는 돈은 '죽은 돈'이다.

             그것은 고인 물이나 마찬가지다.

             고인 물은 썩은 물이고 그것을 떠 마시면 병에 걸릴 수도 있다.

C씨처럼 그 미래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돈은 '미친 돈'이다.

             주식이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것이 마치 미친 사람 널 뛰듯하고

             이 과정에서 그 자신이 미쳐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부정부패로 받은 돈은 어떤 이름이 좋을까.

나는 '죽을 돈'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남의 돈은 결국 자신을 죽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돈을 만졌다가 패가망신하고 결국 그때까지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이들 여러 가지 중에서도 가장 바람직스러운 돈이 '산 돈'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땀흘리면서 버는 돈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인간의 행복도 결국은 '산 돈'에서 온다.

 

우리 세 친구의 술자리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산 돈'을 놓쳐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늙을 때까지 협조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누구든 늙을 때까지 땀흘리며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돈만 있으면 되지, 왜 꼭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벌써 패배주의자다.

'죽은 돈'보다는 비록 작더라도 '산 돈'이 소중하다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몸에 지닌 돈이 있더라도

         자신이 일해서 번 돈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한다.

'죽은 돈'에만 의지하는 삶은 결국 '죽은 삶'이다.

끝까지 자신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다 정 안되면

          그때는 한번쯤 정부를 욕해도 좋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하고 싶은 젊은이가 취직이 안 되는 나라,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버림받는 나라,

직장을 은퇴한 노인이 일자리가 없어 파고다공원이나

양노원에서 소일하는 나라는 참으로 어둡고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엎드려 지내는 사회는

        숨통이 막힌 사회라고.

그러다 힘이 남으면 모 방송국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버전으로

         이렇게 외쳐보기라도 하라.

"정부는~ 모든 사람이 '산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일자리를 보장하라, 보장하라."

                              <동아일보, 송 영언 논설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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