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폐허속에서 평화의 메시아를 예언
▲ 레오나에르트 브라머(Leonaert Bramer) 작, ‘동방박사들의 여행’. |
미카서는 성경에서도 어디 있나 한참 찾으실 것이고, 역사 안에서 미카 예언자의 위치를 찾는 것은 아마 더 어려우실 것입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미카는 언제나 이사야에 붙여서 함께 기억하시면 됩니다.
미카서 첫머리의
“유다 임금 요탐, 아하즈, 히즈키야 시대에”(1,1)라는 연대 표시부터 미카를 이사야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인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8세기의 문제는 언제나 아시리아라고 했습니다. 미카 역시 아시리아의 침략을 겪습니다.
이사야와 차이가 있다면, 이사야가 예루살렘 귀족 출신이었던 데에 비하여 미카는 “모레셋 사람”, 곧 필리스티아 쪽에 가까운 지방 출신으로서 전쟁의 피해를 겪었던 가난한 이들과 더 가까이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는 가난한 백성을 억누르는 부유한 이들에 대해서
비판합니다.
미카서에 대해 말하려고 할 때 좀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미카서의 본문 가운데 어느 부분이 미카 예언자 자신이
쓴 것이고 어느 부분이 후대에 덧붙여진 것인지를 나누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분명히 미카가 썼다고 보이는 부분은 1─3장이고, 다른 부분들은 모두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미카가 유배 전 예언자이니, 이스라엘과 유다의 죄를 고발하며 멸망을 선포하는 부분은 더 자연스럽게 미카 자신이 쓴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구원을 약속하는 부분은 후대에 첨가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읽으려 하는 미카서 5장
1-5절은 이사야서에서도 나타나는 군왕 메시아 사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기원전 8세기의 미카 자신에게서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군왕 메시아 사상
군왕 메시아 사상의 기원은 훌륭한 임금에 대한 기다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메시아’는 본래 ‘기름부음을 받은 이’를 뜻하고, 기름부음을 받는 이는 일차적으로 임금이었습니다.
구약을 예수님에 대한 예언으로 읽는 데에 익숙해진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뜻밖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사야서 9장 5절에서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이다”라고 할 때나 이사야서 11장 1절에서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라고 할 때, 처음에 이사야가 생각한 것은 장차 태어날 임금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인용한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 7,14)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 ‘본래’ 이러한 예언들은 다윗 왕조의 임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서 본문의 의미가 ‘처음에’, ‘본래’ 저자가 생각했던 의미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훌륭한 임금에 대한
기다림은 군왕 메시아 사상으로 이어지고,
다윗의 후손인 한 임금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구원을 주시리라는 희망은 나중에는, 특히 다윗
왕조가 무너진 후에는 장차 올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으로, 종말에 이루어질 메시아 왕국에 대한 믿음으로 발전합니다.
이사야서에서는
임마누엘 예언이 그 대표적인 예였습니다. 아하즈에게 아들 히즈키야의 탄생을 알렸던 이 예언은 특히 마태오 복음 1장 23절에 인용되면서 분명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다윗 왕조가 무너져도 하느님의 약속은 무너질 수 없다는 믿음이, 다윗의 후손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성취를 보았던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도 구절 인용
미카 예언서에도 그러한 예가
있습니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미카 5,1). 많이 들어보신 구절이지요.
신약의 사건들
안에서 구약 예언의 성취를 알아보는 전문가였던 마태오 복음 사가가 이 구절을 인용했을 뿐만 아니라 “오 베들레헴 작은 고을아 너 잠들었느냐”라는
성가 때문에도 누구나 알고 있는 말씀입니다.
동방 박사들이 별을 보고 유다인의 임금이 태어나신 곳을 찾아 나섰을 때, 예루살렘에
도착해서는 당연히 임금은 궁정에서 태어났으리라 생각했는지 헤로데를 찾아갑니다.
새로 태어나신 유다인의 임금을 찾아왔다는 말에 당황한 헤로데는
급히 율법학자들에게 아기가 태어난 곳을 묻고, 그들은 미카 예언서에서 그 답을 찾습니다.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는 작은 고을인
베들레헴에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다시 기원전 8세기로 돌아갑시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입니다. 아시리아는 엄청난 나라였습니다.
무엇보다 군사력으로 엄청난 나라였습니다. 여러 작은 나라들을 무력으로 짓밟은 나라였습니다.
이제는 남왕국 유다에도 아시리아의 힘이 미치고 있습니다. 산헤립의 침공 때에 예루살렘은 멸망을 면했다고 했지요. 그러나 ‘예루살렘만’ 멸망을 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히즈키야 임금
제십사년에, 아시리아 임금 산헤립이 유다의 모든 요새 성읍으로 올라와서 그곳들을 점령하였다”(이사 36,1).
온통 짓밟힌 유다
땅에서 미카는 장차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실 평화로운 날들을 예고합니다. 작은 고을, 다윗의 고향인 베들레헴에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미카 5,1)가 태어나게 하실 것입니다.
그는 목자처럼 백성을 이끌 평화의 임금이 될 것이고, 백성은 안전하게 살
것입니다. “그 자신이 평화가 되리라”(미카 5,3).
마태오 복음은 이 약속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다윗의 후손 예수
그리스도(마태 1,1 참조)에게서 성취되었다고 선포합니다.
동방 박사들이 미카 예언서의 인도에 따라 찾아가서 경배한 그분은 평화의 임금,
아시리아의 지배자들이나 이 세상의 통치자들과는 달리 우리의 평화가 되신 분이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
<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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