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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모영보(Annunciation) 로렌초 로토

윤 베드로 2016. 4. 20. 11:59


성모영보(Annunciation, 受胎告知)
로렌초 로토(Lorenzo Lotto, 1480-1556, 이탈리아)
Virgin Annunciated Oil on wood, 1527, 29 1/2 x 21 5/8 inches (75 x 55 cm)
Church of Sts Vincent and Alexander, Ponteranica
 
성모영보(Annunciation, 受胎告知)
로렌초 로토(Lorenzo Lotto, 1480-1556, 이탈리아)
166×114cm ,캔버스에 유화, Villa Colloredo-Mels, Recanati.
요즘처럼 눈부시게 화창한 어느 봄날, 주님의 심부름꾼 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방문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마리아에게 말문을 이어갔다. 
아이를 잉태하여 낳을 터인데 그 이름을 예수라고 부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가 하느님의 아드님이라 불릴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고 전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놀라서 펄쩍 뛸 일이지만 마리아는 금세 주님의 뜻을 받아 들였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성처녀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는 순간을 담은 이 이야기는 4대 복음서 중에서 
루카복음만이 유일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이것을 주제로 한 그림을 '수태고지' 혹은 
성모님의 기쁜 소식이라는 의미에서 '성모영보'라 부른다.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장면은 이미 3세기부터 그려지기 시작했으며 
성서의 일화 중에서 화가들이 가장 즐겨 그리는 주제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으로 '성모영보'는 왼쪽에 소식을 전하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오른쪽에 
성모 마리아가 소식을 전해 듣는 모습이 그려짐으로써 서로 마주보는 
모습을 띄는 것이 보통이다. 배경은 정원이 있는 회랑이거나, 정원 등인 경우가 많다. 
다빈치 혹은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이 그러하다.
로렌초 로토(Lorenzo Lotto)의 '성모영보'는 이전의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마리아와 대천사 가브리엘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정면, 
즉 관객을 향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제 막 방안으로 들어온 가브리엘 대천사는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은 위로 높이 치켜든 채 인상적인 모습으로 주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왼손에 들고 있는 흰 백합꽃은 성모님의 순결의 상징이다. 
붉은 튜닉을 입고 있는 성모님은 책이 펼쳐져 있는 것으로 보아 가브리엘이 들어왔을 때 
독서 중이었던 것 같다. 화가는 이 같은 연출을 통해 마리아가 교육을 잘 받은 교양있는 
집안의 여식이라는 느낌을 은연 중에 전달하고 있다. 
마리아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천사의 출현에 화들짝 놀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미화되지도, 신비스럽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아가씨의 모습이다.
방안을 살펴보니 침대가 보이고, 선반에는 책과 수건 등 일상적인 물건들이 보인다. 
낯선 이의 출현에 화들짝 놀라 도망가고 있는 검은 고양이는 이 작품의 백미로서 
재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고양이는 죄의 상징으로서 이제 구세주의 탄생으로 
인간의 죄가 씻겨지게 됨을 암시하는 의미도 있다. 
문 입구 위쪽을 보면 붉은 옷을 입고 있는 한 노인이 구름위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하느님이시다. 로토는 이 모든 것이 바로 주님의 뜻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 밖은 정리가 잘 된 아름다운 르네상스 식 정원이다. 
청명한 대기의 느낌으로 보아 요즘의 한국처럼 화창한 봄 날이 연상된다. 
찬란히 빛나는 빛은 두 주인공이 있는 방 안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다. 
밝은 빛으로 인해 더욱 빛나는 성모님의 밝은 표정과 붉은 옷, 
그리고 방 바닥의 그림자는 화가가 빛과 색채에 관한 한 대단한 실력가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 같은 회화적 성과는 우연한 것이 아니며 로토가 빛과 색채에 있어서 
회화적 혁명을 일으켰던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 출신의 화가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로토는 티치아노, 틴토레토처럼 기라성 같은 인물들과 같은 도시에서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았던 동시대인이었다. 그는 일찍이 이들 대가들에 가려져서 베네치아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인근 지역으로 옮겨 활동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비롯한 로토의 작품에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이 작품에서 보여주듯이 까마득한 옛날 옛적의 성경 이야기를 
지금 막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한 사건 현장으로 탈바꿈 시키는 능력이다. 
비록 거창하지는 않아도 이 작품이 그러하듯이 다정하고, 인간적인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위안을 받았을 것 같다. 
예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중에 이런 소박한 위안도 있었으면 좋겠다. 
고종희(마리아, 한양여대 조형일러스트레이션과 교수)
출처 : 천상의 사랑
글쓴이 : 까사율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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