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35-43
35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눈먼 이가 길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다가,
36 군중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37 사람들이 그에게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 하고 알려 주자,
38 그가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39 앞서 가던 이들이 그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40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데려오라고 분부하셨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41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그가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42 예수님께서 그에게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고 이르시니,
43 그가 즉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을 따랐다.
군중도 모두 그것을 보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눈먼 이가 예수님께 청하는 장면입니다.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루카 복음의 이 장면은 유일하게 예수님을 직접 다윗의 자손으로 표현합니다.
메시아를 나타내는 이 표현에는 임금의 모습으로 다스리시러 오시는 구원자의 표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 호칭을 통하여 우리는 오늘 복음의 내용이 단순히 눈을 뜨게 하는 치유가 아니라 믿음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눈먼 이의 모습에서도 믿음을 드러내는 행동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주위의 만류, 아니 좀 더 강하게 말한다면 주위의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큰 소리로 외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시어, 눈먼 이는 다시 보게 됩니다.
다시 보게 된 그는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고,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신앙인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위하여 예수님께 청하고 부르짖습니다.
또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지나며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가 됩니다.
예수님의 삶을 충실하게 따르는 우리의 모습을 통하여 다른 이들도 하느님을 경험하고 그분을 찬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시 보게 된 눈먼 이의 이야기는 우리를 위한 믿음의 이야기가 됩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